지난 12월 25일, 자신의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링 위에 섰던 복서 ‘최요삼’은 자신의 승리를 확인한 순간 쓰러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권투는 스스로와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했던가요? ‘링’ 아닌 ‘병상’에서의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 그의 뇌에는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우리의 뇌는 딱딱한 두개골로 싸이기 이전 3겹의 뇌막(경막, 지주막, 연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뇌막인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는 뇌척수액이 존재하는데 이 뇌척수액은 중추신경계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뇌가 뇌척수액에 떠있는 형태를 이루게 됩니다. 이렇게 뇌가 두개골, 뇌척수액으로부터 보호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아래 턱에 강한 충격이 전해진 그의 머리는 냄비 속에 두부를 넣어서 흔들면 두부가 깨어지듯이 두개골 속에서 심하게 흔들리면서 손상을 받아 뇌부종이 발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막 아래를 지나고 있던 교정맥(bridging vein)이 파열되면서 경막과 지주막 사이에 출혈이 발생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를 경막하출혈(SDH; Subdural hemorrhage)이라고 하며, 이는 두개골과 경막 사이에 발생한 경막외혈종보다 뇌 손상이 심하고 광범위하여 혈종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뇌출혈의 증상은 뇌에 손상이 있은 직후 의식장애가 동반되며,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심한 두통 및 구토가 나타나는데 대부분 동공의 확장과 함께 호흡장애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에게 나타난 증상 역시 위의 증상과 같습니다.
그가 손상 직후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는 순간까지 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뇌 손상으로 인한 의식변화 과정 중 전형적인 의식의 명료기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신경학적 증상과 함께 뇌 CT 촬영 상 뇌출혈이 확진 되면 뇌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응급수술이 필요합니다. 한정된 두개골은 부은 뇌를 눌러 뇌 손상을 진행시키며 뇌부종을 악화 시키는데 특히, 부종에 의해 뇌에서 생명유지기능을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연수를 누르게 되면 이 곳의 기능이 마비되어 생명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감압적 두개골 절제술을 통해 뇌압을 감소시키고 발생된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이 이루어집니다.
수술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50%이상에서 사망하게 되며 생존하게 되더라도 후유증이 크게 남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의 손상은 다른 어떤 손상보다 응급조치가 중요합니다.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뇌출혈을 발견하고 이를 저지시키느냐에 따라 영구적인 뇌손상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보존의 여부가 결정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의 경우 이미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너무 많은 출혈으로 인해 손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미 늦은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제공 : 건강을 위한 첫걸음 Hidoc